
제주에서 보내는 일곱번째 추석 이야기.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자랐던 내겐, 항상 명절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친척들로 북적이고 음식 냄새가 가득한, 마치 잔칫집과도 같았다. 할머니 슬하에 5남 4녀를 둔 대가족이라 더욱 그러했다. 할머니가 계시지 않은 지금은 예전의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아직도 내게 명절이란 사촌들과 이부자리에 모여 앉아 놀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제주로 이주하면서 우리 가족에겐 명절이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주하고 몇 해 동안은 가족들이 제주로 왔었다. 연휴를 맞아 휴가차 제주에 모여 명절을 보냈다. 제주살이를 해본 이들은 모두 알테지만 그것도 한두해지 어느 해부턴가 가족도, 친구들도 왕래가 뜸해졌다. 이후엔 우리 가족이 육지행을 다니다가 그마저도 뜸해져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명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추석 연휴 첫날 우리 가족은 아침 산책으로 느리지오름에 올랐다.


느지리오름
길을 나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목적지가 느리지오름은 아니었다. 평화로를 오가며 봐두었던 원물오름을 꼭 오르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아이들과 함께 가기엔 탐방로가 너무 험난했다.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한림 가는 길에 봐두었던 느지리오름으로 향했다.
제주살이 7년 차지만 아직 못 가본 오름이 너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저 지나치기만 했던 느지리오름은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이었는데, 탐방로 정비가 잘 되어있다. 탐방로도 몇 개나 돼서 길을 따라 걸으니 꽤나 볼거리가 많다.



탐방로를 따라 20분쯤 걸었을까 정상 전망대가 나왔다.
애월 바다와 한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한라산도 훤히 보였다. 아래에서 볼 때는 나무가 우거져 풍경이 안 보일 줄 알았는데, 역시 오름은 올라봐야 알 수 있다.
“띵동”
추석 당일 초인종이 울렸다.
뒷집 삼춘께서 음식을 가져다주셨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제주 텃세라는 말을 실감하지 못한다. 우리가 워낙 소통없이 살고 있는 탓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다 골목에서 만난 이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한없이 친절하며 아낌없이 반겨주신다.
제주 명절 음식 중 나는 돼지고기 적갈을 가장 좋아한다.
육지의 소고기 산적처럼 돼지고기를 산적으로 만든 음식이다. 간장 양념이 되어 있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셋째 날, 아침부터 간단하게 식사를 마쳤다. 원래 아침을 잘 먹지 않는데, 오늘 오를 오름이 조금 힘들다 하여 공복이 염려스러워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안덕면에 위치한 대병악오름을 찾았다. 초입에 수국길이 있어 수국꽃이 피는 계절에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대병악


대병악은 소병악과 나란히 있다. 오름을 좋아하는 이들은 한 번에 두 오름을 모두 오르곤 하지만, 우리는 오늘 대병악만 오르게 목표다.
수국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대병악과 소병악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따로 이름표가 없으니 직진 방향이 소병악, 좌측 방향이 대병악으로 가는 길이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약 15분 정도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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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바람, 낯선 골목에 스며든 제주를 좋아하고, 그 안에서 느꼈던 순간들을 글과 사진으로 전하고 있어요.
여행지보다는 여행의 온도를 담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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